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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집 뒤뜰에 나만 보라고 일년 내내 피어준 장미나무 다섯그루가 눈에 선하다. 내가 참 많이 쳐다보았었는데. 물만 주었을 뿐인데 너무 이쁘게 피었대서 기특해서 많이 쳐다보았었는데. 그렇게 좋아라하던 장미나무를 집과 함께 팔아버리고, 올 봄에 난 익숙한 것들말고 신선한 것들을 찾아 비행기까지 타고 멀리 왔다. 한국으로. 그러고는 매일매일을 내가 떠나온 내 눈에 익숙한 모든 것들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매일을 내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풍경에 신나한다. 서른도 넘기고 서른 다섯도 넘기고 나니, 꼭 이란 단어가 없어진다. 어떤 모습의 삶도 그 나름대로 좋지 싶다. 내가 가져 본 것들 때문에,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 때문에, 또 내가 앞으로 가질 수 있는 그 무언가들 때문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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