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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러고보니 그동안 전혀 회사얘기를 안했네요. 일 얘기요.

아~, 회사, 직장, 일. 뭐라고 정의를 하나요. 꿈, 열정, 성취, 희열, 기쁨, 설램, 성공? 절망, 상실, 박탈감, 착취, 실망, 딜레마, 전쟁?

돈을 버는 product를 판매하여, 수익을 남기고, 남는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고 국가와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곳이 회사이죠. 그 회사의 설립 목적에 맞춰 움직이는 존재들이 직장인이죠. 개개인의 꿈과 재능과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죠. 개인의 꿈이 회사의 꿈이어야 살아남는 곳이 바로 회사죠.

딱 한번만, 불과 몇달이라도 좋으니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었었죠. 그래서 내가 나일 수 있길 바랬었죠. 누구의 지시없이 순수 나로 행동하고 살아보고 싶었댔죠. 그에 따른 비용이 얼마라도 상관없다 싶을 만큼 절박했었댔죠. 나 스스로를 아까와했었죠. 막힌 공간에 하루 8시간, 때론 24시간 (자면서도 일생각..). 난 이것보담 큰 사람이다 했었죠. 모르시나본데 내가 모이 먹듯 겨우 끼니 해결하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서요. 다들 너만 못해 그러는 줄 아냐, 혼자 잘난 척이냐..라며 참다가 어느 순간.. 내려 놓았죠.

그리고 많이 편해지고 나니 알겠더군요. 내가 직장 생활로 얻은 게 월급과 보너스와 401k 잔액뿐만이 아니었단걸. 난 회사를 다니며, 내 role model을, mentor를, 그리고 평~생 연을 놓고 싶지 않은 사랑스런 동료를, 친구를, 또 후배를 만났더군요. 숱한 happening, 몇번을 들어도 빵빵 터지는 (똑같은 경험자들끼리만..) 이야기거리야 끝도 없고요. 회사는 그동안 내 눈물을 쏙 빼며 날 어른으로 키웠더군요. 어느새 난 어디 떨어뜨려놓아도 끄떡 없을 (적어도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함) 성인이 되어 있었더군요. 이젠 별로 세상에 무서운 게 없더군요. 매사를 무덤덤..침착..하게 받아들일 그릇이 되었더군요. 아직 부족하죠 물론. 그래서 오늘도 누워서 빈둥대는 대신, 달리고 있구요.

내가 뭔가 궁금해 이메일로 한번 그냥 물어본 것일 뿐인데, 우리 K군이 그러곤 하죠. 그러게, 피는 못 속여요~. 어쩜 뼈 속까지 난 직장인입니다..^^

5개월을 쉬고 또 입사를 한게 작년 9월입니다. 국내 명실 공히 so called ‘신의 직장’입니다. 연봉, 대우 좋다는 금융권에서도 젤 연봉 쎄기로 소문난. 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끼린 그러죠, 내 얼굴에 침뱉기지, 나가서 말도 못한다, 이게 무슨~~, 그러죠. 뒷담화. 직장생활의 묘미죠.

L실장님: 일주일에 단 한마디도 서로 안 합니다. 20분 주간회의 빼고는. 관심이 없어도 저리 없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도 쓸데없는 말을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지시사항도 없고 관심도 없고 touch도 안하고, 책상에 아무것도 없이, 하루 종일 앉아계십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없단 소리가 안 나옵니다. 그게 부서장인거죠.

K차장님: 호칭이 차장이지 부서장 짠밥이셔서 거리감이 있죠. 실지로 부서를 여러번 맡으셨다하구요. 실장 스트레스 많다, 이게 낫다 소릴 하신 적 있죠. 아들 둘 대학학비가 나온다죠 아마. 좀 outdated라 그렇지 말씀하시는 거며 일하시는 거며 하자없습니다. 나 잘 뽑았다며 칭찬해주시곤 하셔 이 분과 난 암 문제 없죠.

L차장님: 이 회사 ì‹ ìž… 경쟁률이 200, 300대 1인 시절에 분명 들어오셨을 터인데, 과연 나머지 지원자 199명, 혹은 299명은 대체 어땠길래, 저분이 뽑히셨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시는.. 많이 특이하신.. 이 분이 없었더라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í•  말이 없었겠죠. 가끔 어쨰 저럴까 싶게 만드시는.. 그래도 그나마 ë‚  ì ¤ 좋아하시죠, ë‚œ 됬지만.. 그러나, 이 정도야 정말 ë‚´ê°€ 겪어온 수많은 ‘진상’들에 비해 정말 ‘깜’도 안 되는 걸요..

Y과장: 똑소리 나죠. LA 우리 H씨랑 정말 흡사. 어찌나 아는게 많은지. 나보다 어린데 전혀 어려보이질 않는. 어디 내어 놓아도 잘살듯.

다 억대 연봉을 받고 계십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이란 어떤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아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장기간 버티는 법을 습득하신 분들이십니다. 현명한 인생들이죠. 그러니 select됬겠죠..

Y회계사: 기특, 그 자체죠. 34, 적지 않은 나이에 남친도 없이, 매일매일을 앞으로 전진만 하겠다는 기특한 여자죠. Y양이 하고 있는 고민, 다 압니다. 내가 다 했었구요. 홍콩이나 싱가폴 취업, 대학원 진로, 결혼, 맞딸로서의 의무, 그 나이에 마땅 할 고민들을 하며 올바르게 사는 기특한 동생입니다.

S센터장: 귀여운 여인입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쓸데없이 열심히 일을 하고. 주머니에 늘 먹을 것을 넣어 다니는, 여의도 상권에 진짜 도움이 되는, 착한 귀여운 여인. 모르긴 몰라도 남편에게 사랑 많이 받고 살 것 같은.

K회계사: 미스 김, 가끔 특이하죠. 그러나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일 처리를 하곤하죠. 늘 협조적이고. 늘 겸손하죠. 33살때 듀오를 통해 33명의 남자와 소개팅 끝에 남편을 만났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좀 많이 특이하나, 절대 거슬리지 않는, 좋은 언니입니다.

Chris: 홍콩법인이나 다국적 기업, M 투자은행의 전무급.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2세입니다. 딱 봐도 압니다. 자기보다 떨어지는 직원들의 헛점에 용서나 관용따위 절대 없습니다. 머리가 좋고 말을 잘 하고 빠른 판단을 하는, 그 삭막한 투자은행에서 짤리지는 않겠다 싶은 남자입니다. 그러나 저런 남자랑 오래 일했다가는 암 걸리겠다 싶죠 . 저런 남자랑 결혼했다간 속병으로 죽겠다 싶죠. 하나, 그의 직원이 아닌 나도, 그와의 conference call이나 meeting이 있는 날엔, 흩어진 정신 주섬주섬 주워담곤 하죠. Boss란 모름지기 그래야 하는 법.

V군: Chris 직원. 인도계. 착하고, 머리가 없는 건 아닌데 가끔 남들 다 아는 소리를 혼자 다시 정리하곤 하여 Chris에게 공식적으로 무시당하곤 하죠. 근데 난 V군이 좋습니다. 착하거든요. 착한 사람 누가 싫어하나요.

C부장: 역시 Chris 직원. 한국사람이고, 홍콩에서 근무를 하죠. U-Pen 나왔다하고, 아직 single이고, 성격좋고. IB 직원답게 급하긴하나, 예의를 갖춰 부탁을 하곤 하죠. 키가 작은게 좀 흠이긴 하나, 그 정도면 신랑감으로 괜찮죠. Y양과 좀 엮어야 되는데 중매란 게 그게 조심스러운 거거든요. 그냥 지가 알아서 해야할 듯..

그 밖에 S&K 법무법인, PWC 회계법인, IS 회계법인, ING생명, GE 캐피탈, 등의 변호사, 회계사, 과장, 이사.. 정도가 이 회사에서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당..

별로 그닥 재미있는 인물들 아직 없어요. 내가 좀 쎈 걸 좋아하거든요. 이 정도로 특이한 거 너무 심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LA 인물들, 정말 범상치 않던 그들, 정리를 해보죠. 몇 마디로 정리가 안 되는 인물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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