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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좋은 시네요.

외롭냐구요? 머리가 바빠 하루종일 외로울 겨를이 없습니다. 마음이 급해 외로움을 느끼고 앉아있을 럭셔리가 요샌 없습니다. 낮에 서점에서 한시간을 때워야 할 일이 생겨 책을 뒤젹이다 우연히 발견한 시예요.

수선화의 꽃말이 ‘자기애’라는 군요. ‘너를 사랑한다, 그러니 너를 기다린다.’가 아닌 ‘나는 외롭다, 그러니 너를 기다린다.’ 하는 것도 자기 사랑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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