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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마을

통영 중앙시장 뒤쪽 언덕을 오르다보면 동피랑마을이 나온다. 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배기 맨 꼭대기에 금새 이르고, 거기서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거…., 늘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그렇듯, 내가 그 자리에 없는 북적이는 광경은 그렇듯, 언덕배기 꼭대기는 마음을 트이게, 또 흐뭇하게 만들어준다는거…, 만일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가 없었더라면, 그 언덕배기 꼭대기 하나 볼게있을뻔한, 그저 그렇고 그런 시골 살림집들 동네다. 통영시가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여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2007년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고, 전국 미술대학 재학생과 개인 등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단다. 천사의 날개. 물고기. 어린왕자. 손바닥도장이 이파리인 나무. 숨박꼭질하는 어린아이들. 야구선수. 토끼와 꽃을 든 여자아이. 이런 동화같은 그림들이 구비구비 골목길따라 그려져있고, 그 그림들을 보러, 그 그림들을 사진기에 담아가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간다. 벽화만 없었더라면 주민들이외엔 얼씬도 안했을 언덕배기 시골마을에.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알까. 밥해먹고 빨래하고 TV보고 청소하고. 한숨쉬고 울고 웃고 꿈을 꾸고. 그러면서 남들과 똑같이 살겠지만, 그런 예쁜 벽화가 집 담벼락에 있어, 그 안에 사는 게 어쩜 참 쿨할수있단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아실까. 매일 집에 들어가며 나오며 어쩔수없이(?) 보는 동화속 그림때문에 매일 기분이 좋을까.

서울 반포 들어서니 다시 눈앞에 빽빽한 고층 아파트들이.. 난 이런 높은 곳에 살며 동피랑마을을 구경가고 싶어하는 사람일까, 원색의 이쁜 그림이 가득하나, 소박하고 간소하고 왠지 쓸쓸해보이는 동피랑마을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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