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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보타니아

거제도 와현유람선터미널에서 한 10분 (거제도에서 4km) 배를 타고 외도에 내렸다. 외도는 거제도에 인접해있는 60여개 섬 중 하나로, 섬 전체가 한 부부가 30여년간 가꾼 해상공원, 조경식물원이다. 섬이지만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하여 열대성 식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라한다. 희귀한 아열대식물포함 740여종이 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하고, 위치상 거제도, 해금강, 대마도까지 관망할 수 있다한다. 우리를 외도에 내리시며 정확히 한시간 반후에 데리러 오겠단 선장님말에, 날도 더운데 그렇게나 오래 섬에서 뭐 하라고…, 궁시렁대며 유람선에서 내려, 입장료를 구입하고, 가라는 표지판대로 걷기 시작한지 딱 일분만에 표정이 바뀐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갖가지 나무와 꽃과 이름모르는 식물들이 너무나도 조화롭게 아름답게 정성스럽게 가꾸어져있었다. Pasadena에 있는 Huntington Library가 떠올랐으나, 곧 이곳이 훨 더 좋다 느낀다. 하나님은 참 많은 종류의 식물을 만드셨구나 감탄한다.

사면이 탁 트인 바다, 올려다보면 하늘과 구름, 4만평 공간에 가득한 자연, 자연만이 내는 색깔, 냄새, 소리. 내가 이 섬에 살고 있는 식물들 중 하나였더라면, 그래서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에, 달과 나와 파도소리만 있어봤으면, 한번 그래봤으면 참 좋겠다하는 생각을 했다. 오늘 저녁엔 또 뭘 먹나, 한국도 물가가 비싸네, 난 대체 뭘 해서 먹고 살아야하나, 그나저나 난 진짜 무얼 위해 태어났나..하는 시시한 생각 그만하고, 외도의 그 나무처럼 그 꽃처럼, 그저 심어진 자리에서 피고 자라고 뽐내다가 때가 되면 지고 말았으면.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하다 돌아오는 유람선에서 선장님이 틀어준 뽕짝음악에 제 정신으로 돌아와, 맛있다는 해물탕집을 네비로 찍어 기어이 먹고 돌아왔다. 낮엔 졸복국이란 걸 먹으면서 참 술국으로 딱이다 그러다가, 외도 가서는 이슬만 먹고 크는 나무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다가, 해물탕 익어가는 거 보면서 낙지가 오래 꾸물거려 안쓰럽긴하지만 참 국물이 시원은 하겠다 입맛다지는 내 모습..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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