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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정작 은교의 narration은 얼마 없으나 첫장부터 끝까지 은교 은교. 은교가 노시인과 제자의 삶에 등장치 않았더라면 아무 할 말이 없었을 평범한 시인의 삶. 여자가, 은교가 사단.

늙음. 젊음.

우월함. 열등함.

욕망. 갈망. 사랑. 연애가 아닌 사랑.

질투. 미워함. 죽음.   

한문장 한문장 무덤덤하나 아름답다. 진짜 시인의 문체다. 그리 무덤덤하게 썼는데도 눈을 뗄 수 없게 읽히니, 그러니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닌가보다.

작가 후기에 보니 한달 반만에 완성한 소설이라 한다. 난 지난 한달 반동안 뭘했나 생각하니, 암만 생각해봐도 습관적으로 일어나 아침에 나갔다 밤에 들어온 기억뿐. 아침마다 마시던 스타벅스의 빨간색 컵 또는 압구정 볶는 커피의 하얀색 컵 생각만. 마시고 버리고 마시고 버렸던 종이컵들의 색깔만 생각난다.

아, 이 열등감..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박범신 인터뷰 중:

세계는 지금 제3의 전쟁에 돌입해있다고 나는 봐요. 무슨 뜻이냐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안락함을 버리더라도 마음의 평화와 의미를 얻을 길을 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인류가 현재 직면한 제3의 전쟁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자본주의에 기대어 편리하게 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동시에 자본주의는 끝없는 경쟁 구조를 통한 이윤 창출이 최대 목표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소비욕구라는 것은 우리 본질이 원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적 세계 구조가 우리에게 주입한 생각이죠. 지금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자본주의의 강압으로부터 정신을 차려야 해요. 그러지 않고는 행복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책은 아마 이 사실을 알려줄 것이에요. 왜냐하면, 책은 근본적으로 어떤 기호를 의미 체계로 우리 머릿속에서 바꿔내는 것이거든요. 바꾸어 말하면 책은 머리를 쓰지 않고서는 볼 수 없어요. 머리를 계속 쓰게 하고, 정체성이나 의미를 계속 생각하게 하지요. 심지어 별볼일 없다는, 별로 안 좋다는 책이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머리에는 계속해서 수고를 끼치게 합니다. 바로 그게 책이 주는 강력한 혜택이지요.

신작 <은교>를 쓰면서도 맨 뒤게 제가 이렇게 달았어요. 밤에만 읽어달라고……밤에 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는 본능, 본성이라는 것을 억압하는 사회문화 구조 속에 살고 있다는 우리가 낮에는 사회적 자아로 활동하더라도 깊은 밤에는 억압된 본능이 이 소설을 통해서 좀 자극 받기를 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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