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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22-Jan-11

그러고보니 그동안 전혀 회사얘기를 안했네요. 일 얘기요.

아~, 회사, 직장, 일. 뭐라고 정의를 하나요. 꿈, 열정, 성취, 희열, 기쁨, 설램, 성공? 절망, 상실, 박탈감, 착취, 실망, 딜레마, 전쟁?

돈을 버는 product를 판매하여, 수익을 남기고, 남는 수익으로 재투자를 하거나 (그래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고 국가와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는 곳이 회사이죠. 그 회사의 설립 목적에 맞춰 움직이는 존재들이 직장인이죠. 개개인의 꿈과 재능과 창의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죠. 개인의 꿈이 회사의 꿈이어야 살아남는 곳이 바로 회사죠.

딱 한번만, 불과 몇달이라도 좋으니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었었죠. 그래서 내가 나일 수 있길 바랬었죠. 누구의 지시없이 순수 나로 행동하고 살아보고 싶었댔죠. 그에 따른 비용이 얼마라도 상관없다 싶을 만큼 절박했었댔죠. 나 스스로를 아까와했었죠. 막힌 공간에 하루 8시간, 때론 24시간 (자면서도 일생각..). 난 이것보담 큰 사람이다 했었죠. 모르시나본데 내가 모이 먹듯 겨우 끼니 해결하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서요. 다들 너만 못해 그러는 줄 아냐, 혼자 잘난 척이냐..라며 참다가 어느 순간.. 내려 놓았죠.

그리고 많이 편해지고 나니 알겠더군요. 내가 직장 생활로 얻은 게 월급과 보너스와 401k 잔액뿐만이 아니었단걸. 난 회사를 다니며, 내 role model을, mentor를, 그리고 평~생 연을 놓고 싶지 않은 사랑스런 동료를, 친구를, 또 후배를 만났더군요. 숱한 happening, 몇번을 들어도 빵빵 터지는 (똑같은 경험자들끼리만..) 이야기거리야 끝도 없고요. 회사는 그동안 내 눈물을 쏙 빼며 날 어른으로 키웠더군요. 어느새 난 어디 떨어뜨려놓아도 끄떡 없을 (적어도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함) 성인이 되어 있었더군요. 이젠 별로 세상에 무서운 게 없더군요. 매사를 무덤덤..침착..하게 받아들일 그릇이 되었더군요. 아직 부족하죠 물론. 그래서 오늘도 누워서 빈둥대는 대신, 달리고 있구요.

내가 뭔가 궁금해 이메일로 한번 그냥 물어본 것일 뿐인데, 우리 K군이 그러곤 하죠. 그러게, 피는 못 속여요~. 어쩜 뼈 속까지 난 직장인입니다..^^

5개월을 쉬고 또 입사를 한게 작년 9월입니다. 국내 명실 공히 so called ‘신의 직장’입니다. 연봉, 대우 좋다는 금융권에서도 젤 연봉 쎄기로 소문난. 음..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끼린 그러죠, 내 얼굴에 침뱉기지, 나가서 말도 못한다, 이게 무슨~~, 그러죠. 뒷담화. 직장생활의 묘미죠.

L실장님: 일주일에 단 한마디도 서로 안 합니다. 20분 주간회의 빼고는. 관심이 없어도 저리 없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마디도 쓸데없는 말을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지시사항도 없고 관심도 없고 touch도 안하고, 책상에 아무것도 없이, 하루 종일 앉아계십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없단 소리가 안 나옵니다. 그게 부서장인거죠.

K차장님: 호칭이 차장이지 부서장 짠밥이셔서 거리감이 있죠. 실지로 부서를 여러번 맡으셨다하구요. 실장 스트레스 많다, 이게 낫다 소릴 하신 적 있죠. 아들 둘 대학학비가 나온다죠 아마. 좀 outdated라 그렇지 말씀하시는 거며 일하시는 거며 하자없습니다. 나 잘 뽑았다며 칭찬해주시곤 하셔 이 분과 난 암 문제 없죠.

L차장님: 이 회사 ì‹ ìž… 경쟁률이 200, 300대 1인 시절에 분명 들어오셨을 터인데, 과연 나머지 지원자 199명, 혹은 299명은 대체 어땠길래, 저분이 뽑히셨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시는.. 많이 특이하신.. 이 분이 없었더라면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í•  말이 없었겠죠. 가끔 어쨰 저럴까 싶게 만드시는.. 그래도 그나마 ë‚  ì ¤ 좋아하시죠, ë‚œ 됬지만.. 그러나, 이 정도야 정말 ë‚´ê°€ 겪어온 수많은 ‘진상’들에 비해 정말 ‘깜’도 안 되는 걸요..

Y과장: 똑소리 나죠. LA 우리 H씨랑 정말 흡사. 어찌나 아는게 많은지. 나보다 어린데 전혀 어려보이질 않는. 어디 내어 놓아도 잘살듯.

다 억대 연봉을 받고 계십니다. 그리고 직장생활이란 어떤 것이다 너무나도 잘 아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장기간 버티는 법을 습득하신 분들이십니다. 현명한 인생들이죠. 그러니 select됬겠죠..

Y회계사: 기특, 그 자체죠. 34, 적지 않은 나이에 남친도 없이, 매일매일을 앞으로 전진만 하겠다는 기특한 여자죠. Y양이 하고 있는 고민, 다 압니다. 내가 다 했었구요. 홍콩이나 싱가폴 취업, 대학원 진로, 결혼, 맞딸로서의 의무, 그 나이에 마땅 할 고민들을 하며 올바르게 사는 기특한 동생입니다.

S센터장: 귀여운 여인입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쓸데없이 열심히 일을 하고. 주머니에 늘 먹을 것을 넣어 다니는, 여의도 상권에 진짜 도움이 되는, 착한 귀여운 여인. 모르긴 몰라도 남편에게 사랑 많이 받고 살 것 같은.

K회계사: 미스 김, 가끔 특이하죠. 그러나 말 끝나기가 무섭게 일 처리를 하곤하죠. 늘 협조적이고. 늘 겸손하죠. 33살때 듀오를 통해 33명의 남자와 소개팅 끝에 남편을 만났다는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좀 많이 특이하나, 절대 거슬리지 않는, 좋은 언니입니다.

Chris: 홍콩법인이나 다국적 기업, M 투자은행의 전무급.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2세입니다. 딱 봐도 압니다. 자기보다 떨어지는 직원들의 헛점에 용서나 관용따위 절대 없습니다. 머리가 좋고 말을 잘 하고 빠른 판단을 하는, 그 삭막한 투자은행에서 짤리지는 않겠다 싶은 남자입니다. 그러나 저런 남자랑 오래 일했다가는 암 걸리겠다 싶죠 . 저런 남자랑 결혼했다간 속병으로 죽겠다 싶죠. 하나, 그의 직원이 아닌 나도, 그와의 conference call이나 meeting이 있는 날엔, 흩어진 정신 주섬주섬 주워담곤 하죠. Boss란 모름지기 그래야 하는 법.

V군: Chris 직원. 인도계. 착하고, 머리가 없는 건 아닌데 가끔 남들 다 아는 소리를 혼자 다시 정리하곤 하여 Chris에게 공식적으로 무시당하곤 하죠. 근데 난 V군이 좋습니다. 착하거든요. 착한 사람 누가 싫어하나요.

C부장: 역시 Chris 직원. 한국사람이고, 홍콩에서 근무를 하죠. U-Pen 나왔다하고, 아직 single이고, 성격좋고. IB 직원답게 급하긴하나, 예의를 갖춰 부탁을 하곤 하죠. 키가 작은게 좀 흠이긴 하나, 그 정도면 신랑감으로 괜찮죠. Y양과 좀 엮어야 되는데 중매란 게 그게 조심스러운 거거든요. 그냥 지가 알아서 해야할 듯..

그 밖에 S&K 법무법인, PWC 회계법인, IS 회계법인, ING생명, GE 캐피탈, 등의 변호사, 회계사, 과장, 이사.. 정도가 이 회사에서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당..

별로 그닥 재미있는 인물들 아직 없어요. 내가 좀 쎈 걸 좋아하거든요. 이 정도로 특이한 거 너무 심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LA 인물들, 정말 범상치 않던 그들, 정리를 해보죠. 몇 마디로 정리가 안 되는 인물들인데..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진중권 외

20-Jan-11

BC 5세기 중반의 고대 그리스의 거지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리아와의 일화.

알렉산드리아가 디오게네스에게 “당신이 ê°–ê³  싶은 게 뭐냐?” 라고 물으니, 디오게네스가

“대왕이시여, 조금만 옆으로 비켜주시겠습니까? 햇볕을 가리고 계시네요.”라고 했다는.

알렉산드라는 권력을 비롯해 모든 걸 가졌고,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부러워하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디오게네스는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욕망 자체가 없는 사람이에요. 알렉산드라가 갖고 있는 게 먹히질 않아요. 남이 부러워해야 자기가 자랑스러워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안 부러워하거든요.

그래서 ê²°êµ­ 알렉산드라는 “ë‚´ê°€ 대왕이 아니었더라면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고 싶다. 그래도 끝까지 대왕이 되고 싶었는데”라고 했습니다.

디오게네스가 개였잖아요. 개처럼 막 돌아다닌다는 의미죠. 디오게세스가 “나는 개다”라고 얘기했거든요. 대왕은 개가 되고 싶었는데, 개는 대왕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욕망 자체가 다른 거죠. 대왕이 ê°–ê³  있는 정복욕이나 타인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ì–´ë–¤ í•œ 사람 앞에서 완벽하게 무력화됐습니다.

그런 삶의 태도가 바로 자동사로서의 욕망이라는 거죠.

-욕망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고 하나는 에로스, 자기에게 결여된 것을 바라는 것, 다른 하나는 자동사로서의 욕망, 곧 무엇이 있다는 게 아니라 내면의 욕구 같은 것이 있다. 자기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를 설명하며 비유를 든 진중권씨의 강연 중

Coex 아쿠아리엄

19-Jan-11

내가 아쿠아리엄이나 동물원 등을 좋아하거든요. 가끔 그냥 말 못하고 생각 못하고 그저 본능에 충실히 just living 할 뿐인 동물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Animal Planet 이나 National Geographic 혹은 Discovery Channel 등도 일부로 보곤 하죠. 막장 드라마나 억지 웃음을 요하는 예능 프로보담 낫거든요.

지난 주말 삼성 코엑스 앞의 Italian restaurant 에 free pizza coupon 이 생겨 겸사겸사 코엑스 아쿠아리엄에 들렸어요.

그리고 참 어의없어 했습니다. 입장료를 꼭 받았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또 몰랐던 걸 알았네요. 아쿠아리엄은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한국 사람들은 생각하나봐요. 난 몰랐거든요..

San Francisco에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라고 있습니다. California에 거주하며 아직 안 가 보신 분들 꼭 가 보세요. 거긴 아이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코엑스에 있던 penguin입니다:

그럼..

얘 이름은 뭘까..

코엑스에서 상처받은 마음 나와서 pizza 및 pasta 로 달랬습니다. 둘이서 pizza 두판에 pasta 하나, 에피타이져 하나, wine 두잔, 맥주 한잔, 이만큼 먹었는데도 8만원밖에 안 나와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아.., 먹는 걸로만 만족하지 말고 다른 걸로도 만족하고 싶은 이 간절함, 누가 알까요.

<그냥> 박칼린 에세이

18-Jan-11

본문중:

그때부터 <명성황후>ë¡œ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온통 대사뿐인 ê·¸ 지루한 작품을 하게 된 것도, ì„ ë°°ê°€ 대사를 까먹고 무대 밖으로 튀어나간 것도, 무대를 수습하지 못해 미친 척하던 것도, 다시는 그게 ì‹«ì–´ 네 소절짜리 노래를 만들어 부른 것도, 모두 그리 되려고 그랬던 것 같다. 세상에… 운명에게 그냥이란 없다. 곧 죽는다 하여도 그냥으로는 살지 말지어다.

ë‚´ê°€:

나도 너도 아직 모르겠는 destination을 향한 여정 중. 그치. 운명에게 그냥이란 없지. 내일 지구가 멸망하여도 사과나무는 심고 봐야지..

되고 싶은 사람

17-Jan-11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존경받는 사람과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

누구를 존경하고 안하고는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하나 대부분 어떠한 사람을 존경하는가 물으면 아마 비슷한 대답들을 하지 싶습니다.

돈이 많다고 존경하지 않습니다. 많이 배웠다고 무조건 존경하지도 않습니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비슷한 연봉에 비슷한 직장에 다니는데, 소유 재산이 비슷한데, 누구는 존경받고 누구는 존경받지 못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지 못한다고 본인에게 손해 갈 일은 없습니다. 아쉬울 것이 없다구요. 나와 내 가족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지 존경받아 뭐해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 말도 맞구요.

한데 난 존경받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단 몇 명의 누군가에게서라도 좋으니.

가정주부 우리 엄마를 난 한번도 존경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나보다 키가 작아도, 영어를 못해도, 돈을 못 벌어도, 또 어느새 예순이 훨 넘은 지금도, 난 한번도 엄마의 말을 무시할 생각조차 해 본적없구요, 한번도 엄마를 존경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박사논문 쓰고 있는 내 동생도 아마 그럴겁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사람을 난 성공한 인생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오늘 난 또 시간 칼같이 맞춰 점심 저녁 먹고, 수다 떨고, 소득공제용 영수증 떼러 다니고 그러며 하루를 보냈으나, 하루 종일 내 머리는 생각을 합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기회란 준비하는 자에게만 오는 법인데, 난 이 하루를 대체 어찌 살아야 올바른 뜻을 세우는 것이며, 합당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요. 그리고 운명이란 정확히 뭔가 하는 생각이요.  

아직 희미하지만 어렴풋이 잡히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단계가 아닌 듯하지만, 그 어렴풋한 무언가가 날 안심시키네요, 나 다 잘하고 있는 거라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마 1년전까지만해도 생각도 못했던 말입니다. 하나 그때도 희미하게나마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그렸었구요, 암만 생각해도 그때 그 당시의 내 환경엔 그 모습이 없었구요, 그래서 주위 환경을 바꾸었구요, 그게 오늘에사 ‘존경받는 사람’이란 단어로 떠올랐습니다.

알고 보니 기록적인 추위네요. 매년 이렇게 춥지는 않았던가 봐요 한국이. 좀 ironically 난 추워 죽겠다 느끼기 보담, 영하 18도에 내가 이리 멀쩡히 살아남을지 정말 몰랐다 싶네요. San Francisco가 겨울에 춥다고 그렇게 법석을 떨었던 난데.

그 어떠한 경험도 내가 그리는 ‘되고 싶은 사람’이 확고하다면 분명 도움이 됩니다.

아주 광범위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구요? 아마 아닐 껄요.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한 단어로 금방 안 나올껄요..

아티제

17-Jan-11

신라호텔에서 운영하는 아티제는 C양과 내가 밥먹고 (정확히 말하자면 대리 부를 정도로는 술을 안먹고..) 거의 매번 들렸다 들어가는 카페예요.

압구정점을 매번 갔는데 문을 닫았다나 하여 도산대로점 (압구정점에서 한 블락 코너만 돌면 되는)을 이제 뻔질나게 가겠군요.

음.. 커피야 워낙 맛있는데가 많으니 특별하지는 않은데, 케잌이 쫌 짱 맛있죠. 쉬폰케잌이며 티라미슈며. 달지 않고 맛있는게 맛있는 케잌이잖아요. 그쵸, C양 말대로 달지 않고 맛있는 케잌 미국엔 없죠. 

여기서 한 1시간쯤은 너끈히 떠들다 가는 것 같은데요. 많은 얘기를 하죠. 남자얘기부터 조카들얘기까지. 대부분 하나마나한 얘기. 그래도 여자들에게 수다는 살아가는 데 있어 백화점 세일 shopping 혹은 사우나 마사지나 스킨케어숍..이 하는 역할쯤은 하죠. 없이 살기엔 삭막하단 소립니다.

이쁜 인테리어에, 분명 유명 디자이너의 그림일 것 같은 토끼랑 당나귀(?)랑이 세긴 머그잔에, 쓸데 없는 수다 떨긴 딱 맘에 드는 공간입니다.

모카 쉬폰 케잌이랑 white chocholate mocha에요..

한남 오거리

15-Jan-11

주말 아침. 그닥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멀리 가기 귀찮고, 그래서 자주 가는 곳이 한남 오거리의 brunch place 나 bakery들이죠. 그냥 함 구경하세요.

오늘 아침엔 거~한 브런치가 땡기지 않아 그냥 베이글 먹으러 갔었어요. Cheese Cafe랍니다.

말이 좋아 치즈카페지 cheese cake 몇 조각과 bagel, 몇 가지 종류의 cream cheese 뿐.

Noah’s bagel이 ì°¸ 많이 생각나게 í•œ 맛이었습니다.

왼쪽이 금방 들렸던 cheese cafe이고 오른 쪽은 sandwich place 예요.

바로 옆 cup cake shop. 계절 별로 컵케익이 바뀌는데 보기에 이쁩니다. 무지 달아서 난 컵케익 입에도 안대지만.

기욤이라고 croisssant 이 original 이라며 우리 이람군이 좋아하는데죠. 압구정동에 하나 더 있죠 아마.

그 옆 압구정 볶는 커피. Latte가 맛이 있고, mug에 마실땐 토끼 등의 그림을 이쁘게 그려주기도 하고, 은근히 포인트가 빨리 쌓여, 내가 좋아하는 카페입니다. 2층 Kraze Burger 는 pricy하지만 햄버거 먹고 싶을 땐 reliable한 place죠.

압구정 볶는 커피 옆 파리 크로아상. 파리 바케트 보다 훨 질이 좋은 빵들. 들어가선 카메라 금지입니다.

파리 크로아상 앞 건널목에서 우리 이람군.

생긴 지 얼만 안 된 파리 바게트. 왜 파리 크로아상 건너편에 생겼을까요. 나야 빵집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오 타코는 여름에 맥주 한 잔이랑 먹으면 맛있어요. 그 옆 Slow Kitchen은 버섯덮밥 같은 simple menu를 조미료없이 만들어 주는데라 그냥 간단히 건강식 한 끼 떼우는 데 좋죠.

마지막으로 Pancake Story는 꽤 괜찮은 brunch place 입니다. 외국 사람들 많이 오구요. 나도 여러번 갔었는데 좀 좁은 거 빼곤 늘 만족했던 곳입니다.

이상 주말 아침 나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한남 오거리였습니다. 오늘 아침 또 영하 10도였구요. 정말 0도만 되도 참 좋겠습니다. 영상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지금은 여행 중

15-Jan-11

구정에 어딜 갈까. 이 지긋지긋한 추위를 피해 동남아를 가나, 남태평양을 가나, 아님 그냥 부산을 갈까, 그러다가 일본 온천이 좋겠다 싶어 큐슈를 예약해 놓았었는데, 갑자기 다~ 집어 치우고, 꼭!! Must!! 가야 할 데가 생각이 났습니다.

일본 나가노현의 시부온천 야생 원숭이 공원이요. 야생 원숭이들이 온천을 하는데요, 원숭이의 본분을 잊은채 완전 사람처럼 눈도 지긋이 들 감아가며 온천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몇년전 미국에 있을때 TV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진짜 웃기다, 언젠간 꼭 내 눈으로 직접 보리라 그랬었는데, 한국 와 있으면서 거기도 못가면 안되겠다 싶어서요.

원숭이가 징그럽지 게까지 가서 보고 싶냐는 주위의 눈초리야 무시하고, 여행사에 전화로 문의를 했죠. 거기 가는 패키지가 있나 하고. 없다더군요. 인기가 없어 없다나 하며. 내 인생이 언제 쉬운 적이 있었나요, 그렇죠 뭐. 늘 내가 가고 싶어했던 길은 인기가 없는 여행지였죠.

패키지가 없다고 설마 포기했겠습니까. 도쿄에서 버스로 3시간 20분, 신칸센으로는 1시간 반이니, 도쿄행 비행편을 Amex 남아있던 mileage 로 booking했죠. 아직 confirm 이 안되어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만, 꼭 가서 반드시 원숭이들을 보려구요. 약 3주후면 원숭이들이 눈감고 시원히 온천하는 모습 올려 드리겠습니다!

여행 얘기가 나와 말인데.

난 지금 내가 장기 여행 중인 걸 왜 깜빡깜빡 하는 걸까요.

어제 밤에 홍대를 갔었는데요, 갈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술집만 백만 개가 몰려있는 홍대 같은 동네가 세상 천지에 어디있나 싶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서울에 여행 와 있으면서 난 왜 또 은퇴걱정 같은 시시한 고민을 하고 다녔을까요. 서울 사진도 블로그에 한 번 제대로 안 올리고 말이죠. 언제 또 살아본다고.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스스로 힘들자 치면 한도 끝도 없는, 진짜 고해일지도 모르는 인생, 재미있게 살아야죠.

요새 거의 3주째 아팠더니 온 몸의 기가 쏙 빠져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었거든요. 아깝네요. 하루가 아까운 30대 (말..), 3주씩이나 아파서 비생산적으로 살았음이.

여행. 독서. 공부. 재테크. 내조. 관찰. 생각. 피부관리. 몸매유지. 이정도가 목표입니다. 올해의.

뭐야, 벌써 1월도 반이 지났네. 야생 원숭이를 보고 싶어하는 기대도 또 그 어떤 바램도 좋으니,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 이젠 그만 하고, 웃으며 살렵니다.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이 내게 말을 겁니다. 언제든지 오라고. 와 부딪치라고. 그래서 다 네 것으로 만들라고. 니가 하기 나름이라고.

<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15-Jan-11

본문중:

이제부터 자신이 하려는, 쓸쓸하기 그지없는 말에 루리코는 주춤거렸다. 마치 말이 가슴속에서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왜 거짓말을 못하는지 알아?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해. 혹은 지키려는 사람에게.” 루리코는 자신이 내뱉은 말에 자신의 심장이 얄팍한 종이처럼 간단히 찢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절망에 실체가 있다면 지금 이 방에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루리코는 생각했다.

“하지만 널 사랑해.” 그것은 전혀 사랑의 언어답지 않게 울렸다. 단순한 사실로서만 울렸고, 그것이 루리코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 열렬히. 어쩔 도리 없이. 체면이고 뭐고 돌아볼 겨를도 없이.

ë‚´ê°€:

에쿠니 가오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이다. 이 작가의 한글 번역본이 아마 17권정도 있을텐데 그 중 15권을 소지하고 있으니 진짜 좋아하는 게 맞다.

15권 모두 내용이 비슷해서 이 책과 저 책의 차이가 주인공 이름 말곤 대체 뭔가 싶을 때가 많다. 내용뿐 아니라 문체가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어떠한 주제를 다루건 늘 간결하고 담담하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어떻게 보면 참 맥빠지는 문체.

나도 그런 문체로 글을 쓰고 싶어 이 작가를 좋아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그런 문체의 글이 아니라 그런 감정의 삶을 살고 싶다.

앞의 저 문장처럼, 가슴이 몹시 쓰라리고 아프고 절망적인 순간을 지나칠 때도, 그저 내가 지금 배가 많이 고파 힘이 든다 정도의 표현만 하며 살고 싶다.

감정 표현이 극단적이지 않아도, 말이 많지 않아도, 그래서 밋밋하여도, 아는 사람은 지금 내가 얼마나 슬픈지, 또는 기쁜지, 알겠지 싶어.

그게 세련된 표현이지 싶어.

감기 2

10-Jan-11

“열흘 전에 오셨었네요? 증상이 어때요?”

“똑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운전을 했는데요,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요. 누가 대신 해 준 것 같고 내 손이 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분명 내가 걷는 거 맞는 데 이게 내 다리가 아닌 것 같고. 분명 내가 말을 했는데 내 귀엔 내 목소리가 아닌 듯. 금방 먹은 이 삼계죽이 닭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구별이 안돼요. 점심에도 저녁에도 먹고 싶은 음식이 없고, 먹어서 뭐 하나 싶구요. 눈에 초점이 없고 멍해요. 내가 쳐다보고 있는 눈 앞의 사물이 어쩌면 실체가 아닐 수 있단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시 태어나고 싶기도 하고,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하고요..”

내 증상이 이렇다 말을 하려다가 완전 중증 정신병자 취급을 받지 싶어 그냥,

“기침 가래가 심해요”

하고 처방을 받아 왔다.

난 자연치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땐 내 몸이 스스로 낫기 위해 열도 내고 콧물도 가래도 기침도 만들어 싸우는 것이라 여기고 약 먹기를 거부했었는데, 자연치유는 개뿔. 당장 살기 위해서 그 센 처방약을 털어 넣었다.

우리는 다 연습 없이 인생을 산다. 단 한번뿐이기에 추억이 아름다운 것이라 한다.

갑자기 Culver City 우리 집이 생각났다. 처음 우연히 그 집을 그냥 구경하러 들어갔던 날도. 너무 그 집이 마음에 들어 집을 보고 나와 건너편 벤치에 멍하니 앉아, 과연 앞으로 저렇게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랬었는데.

그 집에서 살던 4년 내내 난 그 집을 정말 미친 듯이 좋아했었는데.

물론 또 다시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 구조가 마음에 드는 집을 사겠지. 그리곤 집과 어울리는 가구를 들이고 꽃을 가꾸고 하겠지.

근데 그 집이 아니잖아. 내가 정말 미친 듯이 좋아했던 딱 나와 어울리는 그 집이 아니잖아.

우린 다 딱 하루뿐일 오늘을 사는데 왜 매번 모르는 걸까. 오늘은 딱 한번뿐이란 걸.

오늘 난 이제와 보니 딱 하루뿐이었던 과거의 어느 날을 떠올리며 산다. 그땐 그 날이 딱 한번뿐이란 걸 몰랐음을 깨달으며.

어쩌면 매일을 이렇게 살았었다. 지금 생각하니 미친 듯이 좋아했던 우리 집에서 난 매일을 미친 듯이 행복해하지 않았거든.

오늘 나는 아마도 몇 년 후엔 다시는 내 거주지가 되지 않을 서울에서 산다. 이 혹독한 추위와 감기를 견디며 딱 하루뿐일 오늘을 서울에서 산다.

딱 한번뿐이니 오늘을 잘 살아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오늘 난 손과 팔과 다리에 감각이 없고,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다 제 구실을 못하며,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련다 하는 의지가 없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