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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 생일파티

03-Nov-10

벤슨 생일파티에서:

이경민원장님. 다들 아시죠?

네 Kevin Na 맞습니다.

글쎄 이들이 과연.. 잘하겠죠. 내년 이맘땐 opening party 하겠죠.. 믿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사진 오늘 첨 봤네. 지난 달 한일전 축구때.

나도 다 안다

01-Nov-10

-어디가서 뭐 먹을까 빨리 말해. 한식, 일식, 이탈리안? – ë°° 별로 안 고파. – 그럼 뭐 마실래? 소주, 사케, 와인? – 그냥 압구정 하시가자. – 그래.

나의 현 베프와 만날 만나면 차 안에서 시작하는 대화다. 그러구선 새우튀김이나 메로구이등을 안주로 시켜놓고 하는 얘기란 것이. 제대로 된 남자 참 없단 얘기, 회사 짜증난단 얘기, 이 옷 진짜 싸게 잘 샀단 얘기, 누구 안나가나 면세점 또 한번 가야된단 얘기, x종이는 또 전화 씹는단 얘기, 애들 다 이쁘게 생겨서 왜 남친들이 없는지 모르겠단 얘기. 늘 이 비스무리한 얘기다. 술과 수다와 샤핑 정도가 우리가 하는 스트레스 해소다.

그러구선 들어와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었다. 태어나기를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들에게 세상은 얼마나 가혹한가 또 잔인한가 하는 고발을 담은 소설.

꿀꿀한 월요일 지하철타고 퇴근하는 길에, 겨우 8시가 넘었을 뿐인데 만취해 앞에서 휘청거리는 양복입고 멀쩡하게 생기신 아저씨를 봤다. 오늘 11월 1일 월요일인데.

내 눈엔 다 보인다.

어디서 얼마나 당하며 살았는지, tip 한 푼 못 받고 일하면서 군기가 바짝들어 내 앞에서 90도로 수그리며 꾸벅 인사하곤 돌아가던 중국집 배달원. 비가 그렇게 퍼붓는데 뛰쳐나와 차 key 받아가던 발렛 파킹 보이. 버스정거장 앞이라 먼지 엄청 뒤집어 쓰실텐데 하루종일 쭈그리고 앉아 나물이나 참기름이나 옥수수나 등등을 팔고 계신 할머니. 사무실 화장실 바닥에 철퍼덕 앉아 대걸래 빨아 말린 거 손질하고 계시던 아줌마. 겉으로만 멀쩡히 양복 입고 출근하면 뭐하나. 월요일 이른 저녁부터 술을 풀 수 밖에 없는 현실, 모든 직장인의 비애를 대변하던 오늘 그 아저씨.

그 뿐일까. 내가 좋은 동네 살며, 좋은 데로만 놀러 다니니 그 뿐만 보이는 것이지, 얼마나 험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을까.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하는 농아 아이들에 대한 폭행이 비단 그 소설 속의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지.

난 앞으로도 먹고 싶은 음식먹고 입고 싶은 옷 사 입고 다음 연휴땐 어디로 놀러갈까 하는 고민을 하며 살겠지만, 그러나 나도 다 안다. 다 보이고, 다 들린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세상은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쭉 하나도 공평하지 않을 것인데, 그게 불변의 진리인데,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는 당연히 없다.

누군가의 눈엔 힘없고 빽없고 돈없고 미래도 없어보이는 참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나또한, 아무에게도 힘들다 도와달라 그러고 살지 않는데, 알기 때문이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단 걸. 다 내 몫이라는 걸. 원래 이렇다는 걸.

16년만에 겨울을 처음 맞아본다. 그런데 난 신기하게도 춥단 소리를 안한다. 겨울은 원래 뼈속까지 시리게 추운 법이란 걸 이젠 아니까 춥단 소리를 안한다.

요번 Super K2 우승자 허각은 중졸 학력임에도 꿈을 버리지 않았단 소리들을 한다. 노래를 하고 싶어하는 가수 지망생에게 중졸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어딜가나 꼭 따라다녀야만 할까.   

오스카 와일드는 삶은 정말 소중해서 진지하게 말할 하찮은 것이 아니란 말을 했단다.

오늘은 말이 많다, 내가.

여의도 한강공원

31-Oct-10

10층 사무실에서만 내려다 보다, 마침 날도 풀리고 어딘가 걷고 싶어, 여의도 한강공원과 여의도 공원엘 갔다. 돗자리 깔고, 심지어 텐트까지 박고, 한강 내다 보며 베드민턴도 치고, 축구도 하고, 자전거 타고, 걷고 뛰고, 애도 어른도 여유로와 보이는 진짜 평화로운 주말 풍경.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 you never know what you gonna get.’ 영화 Forest Gump의 이 대사처럼 ë‚œ ë‚´ê°€ 여의도로 매일 출근을 하게 될줄, 또 하이람이 압구정동으로 매일 출근 하게 될줄, ë”± 일년 ì „ 10월의 마지막 밤엔, 꿈도 꾸지 못했다.

3개월 후에 난, 3년 후에 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무슨 사연으로 무슨 인연으로 무엇에 감사해 하며 살고 있을까.

용평 큰우리 (곤드레밥)

31-Oct-10

단풍이 절정이라 주말동안 설악산을 10만명 다녀왔다나 하던 주말, 용평을 갔다 왔어용. 언니들이랑 떠들고 갔다와 그 traffic을 참았지, 거의 추석 수준으로 사람들이 토요일 이른 시간부터 서울을 빠져나가더군요. 여주 아울렛 도착한게 4시간만이었으니 말 다했죠. 이쁜 옷 싸게 사는 낙을 매우 즐겨하는 언니랑 난, 인피니티 트렁크가 좀 모자라게 코트며 부츠며 장만을 했슴당.

그러곤 찾은 횡계 한우집 큰우리. 꽃등심에 곤드레밥에 된장찌게에 좁쌀 동동주 한 주전자 먹고 나니, 온 세상이 단풍이었던 오늘 날씨가 게다가 겁나게 좋기까지 했던 것이, 곧 겨울이 오고 눈도 볼수있단 생각에, 내가 한국에 와 잘 살고 있는 것이, 다 고맙고 행복했어요. 물론 한결같이 무뚝뚝한 내 표정(설정)에 별로들 눈치는 못 챘을 테지만. 늘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설 줄 아는 내가 스스로 기특했습니다. 겁도 없고, 후회도 안 하고, 모자라면 모자란데로, 안돼면 안돼는 데로, 나 자신을 토닥여가며 믿으며 이렇게 저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내가 맘에 들었습니다.

 

꽃등심 마블링 보이시나요, 생각보다 화질이 좋지 않아 요것만 올림. 한우..먹어본 사람만 압니다..

언니네 아빠가 빌려주신 콘도. 외국같죠~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16-Oct-10

공지영이 딸에게 쓰는 편지 에세이:

“사랑하는 딸, 도전하거라. 안주하고 싶은 네 자신과 맞서 싸우거라. 그러기 위해 너는 오로지 네 자신이어야 하고 또 끊임없이 사색하고 네 생각과 말과 행동의 배후를 묻고 또 읽어야 한다. 쌓아올린 네 건물이 어는 ë‚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해도, 두려워하지 말아라. 생각보다 말이야, 생은 길어.

그리고 슬픔으로 얼굴이 창백해졌던 네 아름다운 친구에게도 전해주렴. ‘우리의 동경이 현세에 이루어지지 않아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를 우리가 바라는 대로 사랑하지 않아도, 우리를 배반하고 신의 없게 굴어도’ 삶은 어느 날 그것이 그래야만 했던 이유를 가만히 들려주게 될 것라고, 그날 너는 길을 가다가 문득 가벼이 발걸음을 멈추고, 아하, 하고 작은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두려워 말고 새로이 맑은 오늘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리고 나면 너희들 모두에게 어느 순간 생이 생 ì „ì²´ë¡œ 모든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날이 올 거야!”

맞다. 어렸을 땐 모른다. 근데 살다보면 생이 답을 한다. 정말 모르겠는 숙제들을 숱하게 풀고나면 어느 새 생이 답을 한다.

이태원 Kyotofu

16-Oct-10

뉴욕에서 온 디저트 전문 카페. 일본식으로 두부 푸딩이나 두부 수플레 디저트 전문인데, 인테리어도 모던하고 맛도 있고 물도 그만하면 좋고. 사케 칵테일도 괜찮고. 물론 가까와서 더 좋고. 맘에 든다. 폭스바겐 옆.

그나저나 난 대체 왜 폭스바겐을 샀을까. 운전도 안하면서. 진짜 운전 할 일없다 서울 안에선.

이틀 연달아 갔는데 두번다 만족…

창덕궁 창경궁

16-Oct-10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좋다는 말이 뭔지 어렸을 땐 몰랐다. 여름을 겪고, 장마철을 겪고, 그러고 나서 맞이하는 가을은, 왜 여름과 비와 태풍이 필요했는지 알게 만들어 줄 정도로 좋다. 아쉽게도 일주일 내내 일 하느라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나 아님 주말에 하루 정도가 가을 구경 전부이지만, 단풍 구경안가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도, 가을은 가을이다.

지난 주말은 오늘보다 따뜻했고, 이번엔 창덕궁, 창경궁, 북촌 한옥 마을을 지나, 또 삼청동에 다녀왔다. 창덕궁은 현재 남아있는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 눈엔 궁궐 중 제일 예뻤다.

타박타박 아무 생각없이.., 일 생각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지난 세월에 대한 미련도,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단 푸념도 없이, 아무 생각없이 걷고 나니, 한국이 참 좋단 생각이 갑자기 든다. 차를 몰고 이동할땐 머리 속에 항상 생각이 많았는데, 한국 와 걷기 시작하고부턴 생각이 줄었다. 머리가 비어 새로 담을 수 있으니 좋고, 많이 걸으니 살이 빠져 좋고.

창경궁 후원

제일 진짜 사람 살던 곳 같은 궁이 창덕궁..

청담동 스시효

16-Oct-10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 안효주세프란 사람이 한다길래 함 가봤음. 메뉴 없고 스시 아니면 사시미 코스, 둘 중 하나 주문하면 됨. 일식 스시를 진짜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로 맘에 들었다고 말할수 있음. 그러나 딱 그 값만큼만 한다 그래야 하나.. 한국은 외식비가 싸서 그 값엔 조금 더 맛있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인테리어도 좀 신경을 더 쓰면 좋을텐데. 그래도 사케 잔이랑 주전자 차게 내 줘서 좋았고 스시는 다 좋은 생선만 줘서 누가 사 준다 그럼 또 갈 예정..

이건 후식으로 나온 검은 쌀 아이스크림인데 좀 심하게 맛있었음..

이태원 해천

16-Oct-10

 12만원짜리 해천탕 주문하면 되는데, 3명은 충분히 먹을 양. 해천탕이 뭔가 했는데 전복 삼계탕이다. 근데 여긴 코스로 전복 내장 샐러드부터, 해삼 멍게 굴 회 등 한 상을 먼저 봐주고, 그러곤 30여분 후에 전복 삼계탕을 준다. 인삼등 한약재 대추 밤이 들어간 삼계탕에 정말 크다마한 전복 4-5마리가. 전복이 정말 부드럽고, 또 먹고 난 후 6가지 해초가 들어간 해초죽을 쑤어 주는데, 고것도 맛있고.

복도에 연예인 사인이 덕지덕지. 근데 욘사마 사인이 있어 일본 관광객들이 많다나..   

리움미술관

03-Oct-10

금쪽같은 가을 주말 또!! 비가 와서 멀리 못가고 비 그친 틈을 타, 한남동 리움 미술관엘 갔지요.. 이건희회장 자택이었단 소리를 들은 적있는데.. 성, Lee 를 따고 미술관이란 뜻의 um을 붙인 이름이라지 아마. 삼성이 운영하는 호암과 리움, 또 신라호텔에 같은 gift shop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한국 아티스트들의 은은한 디자인이 들어간 선물거리가 많아 구경하는 게 재밌다.

미국 조각가 Louise Bourgeois 작품. 거미 형상의 청동작품명은 <엄마>. 육중한 몸체를 가는 다리로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상처받기 쉬운 여성의 자아 정체성을 암시하는 듯 하다..라는 설명이 있는데, 글쎄.., 나라면 엄마라는 작품명을 붙이진 않았을 것 같은데.

일본 작가 마야지마 다츠오의 <경계를 넘어서>. 1부터 9까지 LED 패널에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테크놀로지와 심오한 불교적 생명관을 결합한 것이라는데 좀 이해가.. 숫자의 윤회에 0을 포함시키지않고 대신 암전의 순간을 배치하여 숫자들이 빛나는 순간과 0의 자리를 대신한 어둠의 순간을 교차시켜 삶과 죽음의 역동적 순환을 암시한단다. 각 패널의 숫자가 변하는 속도가 각기 다른데, 시간에 대한 상대적인 인식을 보여준단다.

미술을 배워 본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난 모든 미술 작품, 외국 현대미술이건 한국 고미술이건 백남준의 이해 안가는 작품이건, 예술가들의 끈기가 담긴 모든 미술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또 museum에 가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서울에, 아니 세상에, 다른 것 말고 미술관이 더 많이 생겼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