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박칼린

03-Oct-10

KBS 남자의 자격을 이전엔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우연히 재방송을 보다 박칼린 음악감독의 포스에, 거제전국합창대회 참가 미션에 도전한다는 과정을 담는 그 프로를 매주 보게됬네. 가수들도 있지만, 개그맨, 운동선수, 일반인등의 오합지졸 33명을 2달 정도 연습시켜 넬라판타지아와 같은 곡을 완성시키는 과정인데, 박칼린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뛰게한다그래야 하나, 아주 오래간만에 보는 리더의 모습, 어른의 모습, 선생의 모습이었다. 며칠 전 친한 동생과 카페서 한참 이 사람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요즘, 그러니까 배추값 얘기가 나오기 바로 직전까진, 몇명만 모이면 이 사람얘기가 꼭 나왔나보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눈물이 많아지는 난, 박칼린 감독이 화면에 비추일 때 마다 눈물이 난다. 적어도 내 눈엔 박칼린이란 여자는 혼자서도 너무나 강한 여자, 자신이 하는 일을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 아침부터 밤까지 본인에게 주어진 미션을 가진 모든 것을 바쳐 수행하는 여자, 그래서 참 행복한 여자다. 나는 그러하지 못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이 나이에 아직도 찾고 있는데, 내가 닮고 싶은 모습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참 부러운 여자다.

이 프로를 보다 또 한번 울었는데, 합창대회에서 실버합창단인가 60세이상의 할머니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다. 많이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비추던데, 난 그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운 이유는, 순전히 가사때문이다.

기약없이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소리 내 찾지 못하고 대신 바람에게 부탁한다는 가사, 바람아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달라는 가사. 이런 가사 많다, 흔하다. 그런데 할머니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사이니 짠한거다. 난 60세란 나이에 할머니로 classify되어야한다는 현실자체도 슬프고, 우리 눈엔 그저 엄마이고 할머니이기만 한데, 그 합창단원들은 우리도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기도 하는 여자이다 하는 노래를 하시니, 눈물이 나지. 가사를 인터넷에서 찾았다. 역시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이 가사가 자꾸 짠..하다.

 <그대 있는 곳까지>

 영원히 사랑한다던 그 맹세 잠깨어 보니 사라졌네

지난밤 나를 부르던 그대 목소리 아 모두 꿈이었나봐

그대가 멀리 떠나버린 후 이 마음 슬픔에 젖었네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 바람아 너는 알겠지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바람아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이 밤도 홀로 창가에 기대서 밤하늘 별들 바라보네

기약도 없는 그님을 기다리며 이 밤을 지새웁니다

바람아 이 마음을 전해다오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바람아 그댈 잊지 못하는 이 마음 전해다오

바람아 불어라 내 님이 계신 곳까지

지하철

01-Oct-10

지하철 타고 다니는 재미 중 하나. 시 읽기다. 이렇게 서서 기다리며 읽으라고 시를 매번 바꿔가며 유리막에 새기는데, 내가 보기엔 나만 읽지싶네.

청담동 플라툰

01-Oct-10

나름 인정받는다는 다큐 영화감독 벤슨 리와 새마을식당서 가볍게 한잔 하고, 또 들린 청담동 Platoon Kunsthalle.. 자주 갔는데 갈때마다 카메라가 없어 좀 질 떨어지는 사진이넹.. 군수용 container 28개로 만들었단다. 외부도 그렇지만 뻥 뚤린 내부 구조도 힙하고 또 편하고..

모히또 ë”± í•œ ìž” 했음.., 정말로…, 화장실 샐카…, 새마을 식당에서 좀 마셨나보다….,

 

삼청동 옴,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27-Sep-10

아프고 나니 고기가 땡겨서 오늘 저녁 메뉴는 인도음식. 난 굽는 고기집을 왠만해선 피하고 싶고, 대신 고기를 먹어야 겠는 날은 프랑스음식이나 스테이크집이나 인도음식 같은 데를 찾아간다. 특히 인도음식은 수년전 west la에 있는 bombay cafe 한번 갔다 꽂혀 한동안 너무너무 좋아했었는데, 한국 온 후 못 먹어봤으니. 삼청동 그 유명한 북촌칼국수, 삼청동 수제비, 눈나무집, 다 지나쳐 들어간 데가 OM:

위치는 삼청동 갤러리촌, 카페촌, 다 지나 용수산 옆.

그리고 이건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단팥죽. 예술~~, 배가 심하게 불렀었는데도 맛있었으니 추운 ë‚  배고픈 오후에 먹었더라면 기절했을 법한..

덕수궁 돌담길

27-Sep-10

한 사흘 감기기운이 있어 집에만 있었더니 바깥세상이 그리워 찾은 덕수궁과 돌담길.

하늘 사진. 요 며칠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네. 암튼 덕수궁안에서 찍은 하늘 사진.

이건 따~사한 가을 햇살 사진.

돌담길. 작품명: 장독대.

돌담길 정동극장 길들여지기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또 걷는 나. 서울역사박물관 앞.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도 걸어서.

이건 경복궁 안 í•œ 귀퉁이 ‘추억의 거리’ 인가 에서.

우리 이람군. 사진은 잘나와요, 항상.

한국은 걷는 길이 많아 좋다. 대신 날씨가 도와주질 않아 그렇지. 서울시네 걷기 좋은 코스 110개인가 선정이 됬단 뉴스 잠깐 봤는데, 찾아서 주말마다 열심히 걸어야징~

난 네 메니져, 코디, FAN, 네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

27-Sep-10

나에겐 아주 중요한 누가 요즘 힘들단다. 스트레스로 몸까지 안좋단다. 뭐가 어떻게 힘이 드는지, 난 잘 알면서도, 그러니까 몸 생각해서라도 설렁설렁해,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년째 똑같은 일하면서 새삼 뭐가 또 힘들어, 그러며 넘겼었다. 그러곤 내 얘기만 했었고, 내 입장만 중요시했고, 내가 서운한 이유만 자꾸 말했었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친구라며 내가 그랬구나 아침에 일어나니 문득 미안해진다.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해줄 수있는 게 없다. 내 자리에서 이대로, 그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친구인 체로, 이대로 있어주는 거. 그것뿐인듯하다. 내가 아무 도움이 안 되는걸 미안해 하는 거. 힘든 세월이 지나, 화가 나는 일보다 웃는 일이 많아지길 바라는 거. 이것밖에 없다.

돌이켜보니, 내가 스트레스에 쩔어 살던 시절, 그 친구역시 나에게 그닥 크게 도움이 됬다기보담, 그저 그자리에 있었댔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그거 자체가 나에게 큰 위안이였다. 내가 아침에 무슨 푸닥거리를 하고 왔는지 일일히 말 할 기운도 없고, 관심도 없을 것같아 말도 안 꺼냈지만, 그와 점심을 먹으면서 별 의미없이 나누던 시시콜콜한 대화자체가 이제보니 나에게 위안이였다. 음… 굳이 비유를 들자면, 혼자 고독하게 독무대에 올랐다 내려와 눈에 익숙한 메니져나 코디 품에 덥석 안긴 느낌..?

내가 비록 백스테이지에서 어찌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 혼자 독무대에 올라있는 그가 잘 하고 내려오길 내내 기다리고 있단 걸 그가 알아주었음 좋겠다. 그리고 그게 그에게도 위안이었음 좋겠다.

이젠 익숙할만도 한데

27-Sep-10

9월말. 이젠 덥지도 않고 비도 그쳤고 아침저녁으론 춥기도하다. 점심쯤 나가면 그래도 따사해서 걸으면 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발자욱만 떼어도 땀이 줄줄나던 그 더위가 아니다. 올려다 보면 하늘이 높고 푸르다. 하늘이 원래 저렇게 높았나싶을정도로 멀다. 이젠 복숭아나 옥수수가 더이상 안보이고, 사과나 배, 감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이젠 모기에 물리지도 않고, 하루종일가도 그 시끄럽던 메미소리를 못 듣는다. 길거리 죠스 떡복기도 그대로이고 동아냉면은 아직도 벅적이긴 하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분명 여름은 가버렸다. 9월이 이렇게 더운 것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도 유래 없는 일이라 그런지 뭔지 모르지만, 오늘에사 여름이 가버렸구나 생각이 드니, 좀 당황스럽다.

늘 그런다 난. 이쯤되면 여름은 가고 가을이 되는 법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법이다. 해가 짧아지고 하늘이 높아지고 단풍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법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치에, 매년 되풀이 되는 이 계절바뀜에 난 늘 당황을 한다. 절대 굽히지 않을 것같던 여름이 이젠 가버린데 대한 당황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란 평범한 진리에 대한 당황이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경제뉴스의 헤드라인이 바뀌고 내 헤어스타일이 바뀌고 내 나이가 바뀌고. 이렇게 매번 익숙하던 무엇이 금새 떠나고 새로운 무엇에 다시 적응해야하는 현실에 대한 당황이다.

ë‚´ 나이가 몇인데. 이젠 익숙할만도 한데. 당황이라니…

Regret Minimization Framework

21-Sep-10

Amazon 창업자 Jeff Bezos 가 16년전 Wall Street의 한 헤지펀드회사 최연소 부사장직을 사직하고,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회사를 창업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을때, 그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 이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라 한다. 자신이 여든 살이 되었을 때를 가정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후회할 일을 가장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단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잘나가던 고연봉 직장을 스스로 떠나는 바보같은 짓이지만, 여든이 될때 한 가지만은 후회할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단다. 자기가 믿고 있는 이 인터넷사업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 시도하고 실패하는 것과, 시도를 아예 하지않는 것과 비교하니, 그랬더니 결정이 아주 쉬워졌다고.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자신을 믿고 도전해서 성취하여 또 다른 이의 꿈이 되는 사람. 난 정말 나보다 돈이 많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거나, 이쁘거나, 세상 걱정없이 사는 사람들이 하나도 부럽지않고, 대신 이런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중퇴라 군대도 면제라는 서태지나, 이제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한다는 한비야같은 사람들. 나도 비스무리하게나마 그 축에 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동으로 옮기고 있으니, in progress 이니 괜찮다. 남들 눈엔 아닐 지 모르나, 난 후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나 고민을 꽤 하며 사는 편이다. 그래서 오늘 난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이쁘다.

Raison d’être

20-Sep-10

아르마딜로 armadillo

듀공 dugong

미어캣 meerkat

에뮤 emu

하프물곰 harp seal

투구게 horseshoe crab

사람 me

존재의 이유? reason for existence?

<불안> Alain de Botton

18-Sep-10

알랑 드 보통의 글은, 어떤 리뷰에서처럼,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얘기를 다시 새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69년생이라는데 참 통찰력이 대단하여, 이 작가의 책을 네권째 읽는다. 어.. 내가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type은 아니나, 한번 꽂힌 작가는 배신없이 꾸준히 좋아하는 편임.

암튼 오래간만에 짬이 나 이 책을 다시 펼치고 앞에 몇 장 읽었네. 그 중에서:

‘높은 지위를 바라는 마음’ 이라는 subtitle 중 이런 말들이 있다.

“부모나 연인에게서 원하는 것을 표현할때 사용하는 사랑이라는 말을 세상에게 원하는 것, 또 세상이 제공하는 것에도 사용할 수 있을까? 사랑은…일종의 존중이라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정의해볼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이런 식으로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시를 당하든 주목을 받든, 칭찬을 받든 조롱을 당하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엉터리로 우리를 칭찬하는 소리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여, 다른 사람이 우리가 못났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 자리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하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는지 결정한다.”

그래. 누구도 이 불안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나 자신을 포함, 내가 알고지내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지 못하다. 억지로 이 울타리 밖을 나가보기는 해도, 잠깐 눈을 감는 행위일뿐, 오래 눈을 감았더니 무뎌져서 괜찮은 것일뿐,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잠을 아껴 공부를 하는 행위도, 야근을 자청해 하는 행위도, 귀찮아도 운동을 하러 나서는 행위도, 쓴 케일즙을 마시는 행위도, 비싼 화장품을 구입하는 행위도, 요리를 배우러 다니는 행위도, 세차를 자주 하는 행위도. 이와 같이 무심코 반복하는 우리의 행위가 다 우리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불안과 관련이 있지싶다.

누군가의 와이프로 사는 우리, 누군가의 아빠로, 엄마로, 여자친구로, 며느리로 사는 우리. 누군가의 행장님으로, 사장님으로, 원장님으로, 부장님으로 사는 우리. 굳이 이승기나, 이효리나, 소녀시대가 아니더라도, 우린 다 어느 정도는 불안하다. 사랑받고 싶은 데 사랑받지 못 할까봐. 존중받고 싶은 데 존중받지 못 할까봐. 물론 불안이 전부는 아님은 분명하다. 지위를 바라는 마음엔, 꿈이나 비전이나 신념이나 성취감, 즐거움등의 원동력이 물론 우선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 틀리지 않는 글이다.   

진즉에 알고는 있었지만 산다는 거 만만치 않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위로가 된다. 남들도 다 나와 같다니까. 나만 불안한 게 아니고, 남들 다 나와 같다니까. 정말 다행이다….